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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호주

59 - 명의 이전, Rego 거래가 성사됐지만, 아직 도요타 캠리가 그의 소유가 된 것은 아니다. 차주가 그에게 명의 이전을 해야 하고, 명의 이전된 차를 등록해서 번호판을 달아야 정식으로 운행할 수 있다. 차주는 차량을 팔려고 내놓기 전, 남은 기간에 대한 등록세를 환급받고 번호판을 반납해버린 상태다. 명의 이전은 차주와 그가 함께 서류를 작성해야 한다. 명의 이전 신청 양식(form)을 둘 다 작성해야 하며, 명의 이전받을 사람은 여권과 은행 서류 등도 가져가야 한다. 많이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서류가 많아 생각보다 복잡하다. 그는 명의 이전하러 교통국(Transport)까지 굳이 같이 와준 차주가 고맙다. 같이 가는 차주도 있고, 귀찮으니 그냥 서류만 주고 알아서 하라는 차주도 있다고 한다. 그는 호주의 공공기관 서비스가 느리.. 더보기
58 - 협상, 거래 이번 인스펙션은 거리도 멀다. 지하철로 40분 정도 거리다. 그는 부디 이번이 마지막 인스펙션이 되길 바란다. 장소는 브리즈번 외곽으로, 자동차 정비업체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도착해서 문자를 보내니, 상대방은 안으로 더 들어오라고 한다. 들어가니 두 명의 사람이 그를 맞이한다. 한 명이 차주, 다른 한 명은 차주의 친구이며 문자를 보낸 사람이다. 차주는 영어가 아주 서툴다. 매우 간단한 의사소통만 가능하다. 그래서 차주의 친구가 대신 차를 팔아주려고 공고를 올린 것이다. 차주와 차주의 친구는 약 40대 중후반의 중동인으로 보인다. 차주의 친구가 의사소통을 담당해야 하지만, 정비 일이 들어왔다며 가버린다. 그는 차주와 손짓 발짓을 섞어가며 대화하기 시작한다. 차주에게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묻는다. 차주는 .. 더보기
57 - 호주 자동차 호주의 도로에는 정말 다양한 차들이 돌아다니는데, 일본 자동차가 가장 많다. 그는 일본 자동차 브랜드가 이렇게 많은지 처음 알았다. 도로에 많이 돌아다니는 차들을 보면 일본 - 도요타 (캠리) / 혼다 (어코드) / 니싼 / 미쯔비시 / 스바루 / 마쯔다 미국 - 포드 호주 - 홀덴 (호주 자국 브랜드였으나 망함) 한국 - 현대 (엘란트라 등) 이외에 BMW, 벤츠, 아우디가 등의 고급 차량도 많이 보인다. 호주에 이러한 고급 브랜드의 차가 많은 것은, 소득이 높아서가 아니라 세금과 관련 있는 듯하다. 호주는 자동차 보유세를 내지 않는다. 자동차 보유세 대신, 번호판을 받기 위해 등록세를 낸다. Registration, 호주 슬랭으로는 Rego(레죠)라고 한다. Rego가 나와야 번호판을 부여받고 운행이.. 더보기
56 - "호주에 돈 벌러 왔어요" 저는 다른 거 필요 없고, 돈 벌려고 호주 왔어요. 그가 호주 워킹 기간 동안, 한국인 워홀러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고 가장 경멸했던 말이다. 그 자신조차도 현실과 타협해서 돈을 벌기로 작정하긴 했으나, 워킹 전체 기간을 통틀어 돈이 제1 목표였던 기간은 두 달이 채 되지 않는다. 어쨌든 돈을 벌기로 작정한 시절의 그는, 속으로는 경멸하더라도 겉으로는 이를 반박할 위치가 아니다. 호주에 돈 벌러 왔다는 20대 청춘들이 왜 이리 많을까. 우선 앞의 글들에서 언급한 것처럼, 호주의 높은 최저시급과 화폐가치가 첫 번째다. 시급이 높기 때문에 일을 할수록 돈을 모으는 재미가 쏠쏠하고, 열심히 일하면 20대 초중반의 한국인 워홀러들로서는 평생 만져보지 못한 금액을 벌 수 있다. 그렇게 목표액을 달성한 뒤에도, 조금.. 더보기
55 - 목표 전환 그의 공장 투어는 서서히 끝나가고 있다. 대기 인원인 그가 필립의 인솔 하에 출근하면, 새로운 파트보다 기존에 일했던 파트인 경우가 월등히 많아졌다. 새로운 파트가 아예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특별한 기술을 가지지 않은 일반 노동자가 일할 수 있는 파트는 대부분 경험한 셈이다. 그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이대로 공장에서 계속 일을 할 것인가? 아니면 공장을 그만두고 다시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것인가? 그는 모든 것을 기록해둔 노트를 펼쳐놓고, 이것저것 시나리오를 써 본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 선택일까. 워킹홀리데이 비자는 1년밖에 안되므로 직업을 옮기는 환승 기간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는 키친핸드를 다시 할까도 생각해보았지만, 비수기라고 한 Tom의 말이 생각난다. 공장에서 받는 1000불.. 더보기
54 - 공장(4) 가축화란 참으로 대단하면서도 무서운 것이다. 가축들은 그가 철장 가까이 다가가기만 해도, 그를 피해서 반대쪽 철장에 우글우글 몸을 붙이며 모인다. 그의 움직임에 맞춰 가축들은 반대로 움직이며 거리를 유지한다. 가축들은 그를 비롯한 '인간'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다. 그는 이 상황이 역설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를 포함한 인간들은, 가축이 겁에 질려 도망치는 뒷걸음질에도 깔려 죽을 수 있다. 그만큼 가축은 강하고, 인간은 약하다. 하지만 가축들은 오랜 시간을 거쳐 완전히 가축화되었다. 그는 혹시나 가축이 날뛰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지만,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다. 인간이 이 가축에게 다칠 일은 없다. 그도 나중에는 가축에 대한 겁이 사라졌다. 다만, 가축들이 그를 바라볼 때의 눈빛만은 잊혀지지 않는다. 가.. 더보기
53 - 공장 (3) 그가 돌아다니면서 파악한 공장의 파트 및 육가공 공정을 간략히 정리하자면 Stockyard - Kiling Zone - Offals - Chiller - Bonning - Packing 으로 정리할 수 있다. Stockyard : 살아있는 가축을 공장 건물 밖에서 관리하다가 공장 건물 내부로 몰아넣음 Killing Zone : 가축을 거꾸로 매달아 피를 빼고 반으로 가른 뒤, 내장과 가죽 등을 분리 Offlas : Killing Zone에서 보내온 내장들을 부위별로 분류 Chiller : Klling Zone에서 1차 손질이 끝난 상태의 가축을 냉동고에서 냉동 Bonning : 냉동된 상태의 고기에서 뼈와 살을 발라냄(발골) Packnig : 중간재, 최종재를 포장. 패킹은 모든 공장 파트에 넓게 분포해.. 더보기
52 - 공장(2) 공장의 성비는 반반이다. 칼을 쓰거나 힘쓰는 파트에는 남자 워커가 많다. 하지만 여성 워커들의 일이 힘을 덜 쓴다고 해서 결코 쉬운 것은 아니다. 여성 워커들은 주로 박스 포장이나 분류 작업 쪽에서 일한다. 도살이나 발골에서도 여성 워커가 보이기 하나, 많지는 않다. 과도한 일반화의 오류를 감수하고 분류해보자면 남성 - 가축 몰이, 도살, 발골, 맨손으로 고기를 만지거나 힘쓰는 일 등에 주로 분포 여성 - 포장, 박스, 장갑을 끼고 만져야 하는 가공 육류 등 비교적 섬세하고 주의를 요하는 일에 주로 분포 남성과 여성 중 누가 더 힘든 일을 하는지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성별이 뚜렷이 구분되는 파트보다 구분되지 않는 파트가 더 많다. 그는 여러 파트를 돌아다니는 대기 인원으로, 남성들과도 함께 일해보고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