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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호주

179 - Tow Truck 과열이 심한지, 계기판 불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다. 차키를 넣고 돌려도 아무 변화가 없다. 캠리는 완전히 멈춰 섰다. 그는 보넷트를 열고 비상등을 켜놓은 채, 도로 바깥으로 피신한다. 새벽 공기가 쌀쌀해서, 후드의 모자를 뒤집어 쓴다. 그는 차량 보험으로 Comprehensive Cover를 들어놓았다. 그의 Comprehensive Cover 보험에는 이런 상황에서 Tow Truck(견인 트럭)을 무료로 1회 부를 수 있는 옵션이 포함되어 있다. 그동안 돈만 내고 이용한 적은 없는 차량 보험이 제 역할을 할 때다. 그는 차량 뒤편의 중요 서류 뭉치에서 보험 관련 서류를 찾는다. 서류에 적혀 있는 번호로 견인 트럭을 요청한다. 자정이 다 된 시각, 그는 도로 한가운데에서 견인 트럭을 기다리고 있다. 도.. 더보기
178 - Ghost Rider 가족여행 때부터 심상치 않던 캠리의 상태가 더욱 악화되기 시작한다. 정비공은 냉각수 문제로 인해 캠리가 당장 멈춰도 이상하지 않다고 했지만, 캠리는 멈추지 않았다. 가족들을 공항까지 무사히 바래다주고, 공항에서 나레 워른까지 1시간이 넘는 거리도 주파했다. 멈추지만 않았을 뿐, 캠리의 상태가 점점 악화되는 것을 그도 체감한다. 시동을 걸 때, 틱틱거리는 소리가 길어지고 둔탁해진다. 엔진 점화를 위한 스파크 불꽃이 제대로 붙지 않아, 부싯돌을 연신 부딪히는 듯한 소리다. 시동도 한 번에 걸리지 않고, 여러 번 키를 반복해서 돌려야 간신히 걸리는 때가 부지기수다. 일단 시동이 걸리면 굴러가긴 한다. 하지만 주행을 시작하고 10분 정도 지나면 곧바로 희미한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하고, 차량의 떨림도 거세진다... 더보기
177 - 후회, 역마살 이튿날 저녁 그가 전화하니, 가족들은 한국에 잘 도착해서 짐을 정리하며 쉬고 있다고 한다. 그의 워킹홀리데이는 계속된다. 그는 웨이터 일을 하고, 다시 철거 현장에도 참여한다. 남사장은 휴가에서 막 복귀한 그에게 적응 기간을 주는 것인지 일이 줄어든 것인지, 철거 현장에 매일 부르지는 않는다. 그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일터로 복귀하니 동료들이 그를 반긴다. 가족들과 어디를 방문했느냐, 휴가는 잘 즐겼느냐는 식이다. 반갑게 맞아주는 동료들 덕에 그는 안정감과 소속감을 느낀다. 하지만 가족들이 떠난 후의 빈자리와 허전함은 그의 생각보다 훨씬 컸다. 약 사나흘 뒤부터 후폭풍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그의 기분 변화 폭이 심해진다. 가족 여행을 뿌듯하게 상상하다가도, 어느 지점에서 턱 막힌다. 막히는 지점은,.. 더보기
176 - 나레 워른 복귀 그는 공항에서 멜버른 중심부를 통과해서 외곽인 나레 워른으로 간다. 공항과 멜버른 중심부는 가로등과 불빛이 많아 반짝인다. 눈이 부실 정도로 밝은 불빛이다. 멜버른 중심부를 벗어나 외곽으로 빠지자, 가로등과 불빛이 급격히 감소하고 새까만 어둠이 깔린다. 운전을 시작하자, 멍하게 느껴졌던 그의 머리에서 여러 감정이 일시에 피어나기 시작한다. 감정을 추스르는 데는 도심의 불빛들보다 외곽의 어둠이 효과적이다. 어둠 속에서 핸드폰 네비게이션과 캠리 라이트만 바라보며 운전하니, 날뛰던 감정들이 조금은 진정된다. 하지만 진정되기가 무섭게, 어둠은 역효과를 일으킨다. 밝고 빛나던 도시에서 어두컴컴한 외곽으로 나온 것이, 가족들과 함께 있다가 혼자가 된 자신을 의미하는 것 같다는 착각에 빠진다. 가족들을 무사히 공항까.. 더보기
175 - 공항, 작별 윌리암스타운을 벗어난다. 공항에 가기 전, 마지막으로 멜버른 중심부의 쇼핑센터를 들린다. 비행기 시간과 수속 등을 고려했을 때, 시간이 많지는 않다. 가족들은 호주의 쇼핑센터를 마지막으로 눈에 담는다. 눈에 담던 중, 어머니가 유기농 식품을 판매하는 상점을 발견한다. 해당 상점에서, 어머니는 아보카도 기름과 굵은소금을 구입한다. 천연 유기농이며, 소금은 무슨 돌과 연관되어 있다고 한다. 유기농이어서인지 포장도 옅은 갈색의 종이 박스에 실로 묶어 놓았다. 가족들이 타는 비행기 시간은 초저녁이다. 멜버른 공항에 도착할 무렵, 해가 완전히 져서 어둠이 깔린다. 그는 차를 몰면서 계속 불안하다. 캠리 때문이다. 부디 공항까지만 이상 없이 달려주길 바란다. 캠리는 그의 기대에 부응한다. 무사히 멜버른 공항에 도착.. 더보기
174 - Williamstown 마지막 아침이 밝았다. 아침을 먹은 뒤, 짐을 옮기고 체크아웃 준비를 하느라 분주하다. 마지막 날 일정은 간단하다. 멜버른 주변 바닷가를 잠시 들렀다가, 비행기 시간에 맞춰 멜버른 공항으로 갈 것이다. 가족들은 시드니에서 국내선을 타고 멜버른 외곽의 아발론 공항으로 도착했지만, 한국으로 돌아갈 때는 멜버른 공항에서 출발한다. 멜버른 공항은 멜버른 도심에서도 가깝고, 숙소에서도 가깝다. 그동안 주차장에서 잘 쉬었으니, 엔진도 많이 차가워졌을 것이다. 그는 캠리에게 내일 당장 멈춰도 괜찮으니 하루만, 오늘 딱 하루만 더 버텨달라고 부탁한다. 마지막으로 두고 가는 것이 없는지 확인한다. 침실, 화장실, 주방 모두 확인한다. 일주일간 가족들과 지내며 정이든 숙소다. 어느새 제2의 집처럼 느껴진다. 처음 공항으로.. 더보기
173 - 퀸 빅토리아 야시장 트램 레스토랑에서 내린 뒤, 멜버른을 돌아본다. 아직 본격적으로 개장하지 않은 한낮의 카지노 건물도 가보고, 야라강변을 따라 걸으며 사진도 찍고, 전면이 유리로 된 전시회 건물 같은 곳에 들어가 앉아 쉬기도 한다. 그의 어머니가 멜버른에서 꼭 가보고 싶어 하는 장소가 있다. 퀸 빅토리아 야시장이다. 가족 여행의 마지막 밤이므로, 퀸 빅토리아 야시장을 볼 마지막 기회다. 마침 거리도 적당해서 그와 가족들은 여기저기를 구경하며 야시장으로 향한다. 석양이 질 무렵, 그와 가족들은 퀸 빅토리아 야시장에 방문한다. 그는 브리즈번 주말 시장에서 일해본 적이 있어서, 야시장도 비슷할 것이라 생각했으나 실제로 보니 다른 점이 꽤 있다. 우선 지붕이 있다. 그가 일했던 브리즈번 주말 시장은 비교적 조그마한 규모에, 지붕.. 더보기
172 - 트램 레스토랑 동생은 바람잡이 역할을 잘 수행한다. 부모님에게 들키지 않고, 트램 레스토랑 탑승지에 무사히 도착한다. 트램 레스토랑이므로, 탑승지는 영락없는 트램 정류장처럼 생겼다. 하지만 트램 레스토랑이 사용하는 선로는 일반 트램이 사용하지 않는다. 트램 레스토랑 탑승지에 일반 트램이 지나갈 일은 없다. 그와 동생은 일단 부모님에게, 여기서 트램을 타고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말한다. 트램 레스토랑은 아직 시야에 보이지 않는다. 일반 트램조차 오지 않으니, 계속 기다리고만 있기에는 무안하다. 그는 부모님의 주의를 분산시키고자, 그리고 추억을 남기고자 주변에서 장난칠 것을 찾는다. 마침 뒤편 전광판에, 떡하니 트램 레스토랑이라고 쓰여 있다. 부모님은 이를 보지 않고 지나쳤다. 그는 어머니에게, 이 쪽으로 와보시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