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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호주

235 - 세차의 늪 자신의 실수로 인한 사고, 사고 이후 180도 돌변하는 매니저, 지불해야 하는 1000불이라는 액수로 인해 그의 멘탈이 완전히 붕괴한다. 열심히 해보겠다고 노력하던 것이 모조리 물거품이 된다. 차라리 다른 워커들처럼, 시키는 일만 하고 굳이 나서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터다. 그가 혼자 신내고 나섰던 탓이다. 훗날 그의 이야기를 들은 케언즈의 한인들은 하나같이, 그가 바보같이 처신했다고 말한다. 어차피 CCTV도 없을 테고 아무도 못 봤는데, 모르는 척 공항 주차장에 가져다 놓고 걸렸어도 자신이 아니라고 잡아뗐으면 매니저도 별 수 없었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행동했다면 양심에 가책을 느꼈을 것이라 생각한다. 자신이 한 것이 맞고, 매니저도 그에게 시켰으니 정황상 그가 범인이라는 것을.. 더보기
234 - Accident, All your fault 새벽 6시에 일어나, 매니저의 시간에 맞춰 빠르게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지만 그는 한없이 기쁘다. 얼마 남지 않은 비자에도 일을 시켜준다는 것에 감사하며, 누구보다 나서서 열심히 일한다. 일주일째 되는 날, 매니저가 그를 부른다. 차키를 주며, 저 구석에 있는 차를 빼오라고 말한다. 그는 매니저가 자신을 신뢰한다는 생각에 들떠서, 차를 빼러 간다. 그런데 차량이 너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세차장 뒤편 주차장에는 원체 차량들이 넘쳐나기 때문에, 차량을 붙여서 주차한다. 그렇다고 해도 이 차량은 너무 심하게 붙어 있다. 그는 운전석으로 들어가는 데만도 한참이 걸린다. 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 간신히 몸을 비집고 조금씩 집어넣어 탑승에 성공한다. 그는 차량에 시동을 건다. 차가 워낙 붙어서 주차되어 있으니, 핸.. 더보기
233 - Car Washer 꼼꼼함보다는 속도를 중시하는 세차 일은, 별로 어렵지 않고 노동 강도도 약하다. 처음에는 조금 어색했지만,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그는 세차 패턴을 파악하고 몸에 익힌다. 다른 세차 워커들처럼 진공청소기와 행주를 휘두르며 차량 내부 여기저기를 빠르게 청소한다. 일 자체가 쉬운 데다, 브리즈번에서 무도회장을 청소해본 경험도 있는 그다. 그는, 마지막 직업인 Car Washer가 된 것에 감사하며 즐거울 따름이다. 세차장 동료들은 10명이 채 되지 않는데, 국적이 다양하다. 프랑스, 독일, 일본, 중동, 호주인도 있다. 호주인을 제외하면 다른 국적의 사람들은 모두들 영어가 서툴다. 세차장 일 특성상, 말을 해야 할 필요가 거의 없다. 이 차량 공항으로 가져가라, 저 차량 가져와라 등 단순한 의사소통만 하면 .. 더보기
232 - 렌트카 세차장 그의 일은, 공항 근처 세차장에서 렌트카를 세차하는 일이다. 케언즈가 큰 도시는 아니지만, 관광지로 명성이 높은 곳이기 때문에 렌트카 수요가 많다. 다른 도시들처럼, 케언즈 공항 바로 앞에 렌트카들이 즐비한 주차장이 있다. 렌트카 업체들도 다양하다. 렌트카를 예약한 고객은, 공항에 도착해서 예약한 렌트카 업체 부스에서 차량 키를 받는다. 키에 해당하는 차량을 주차장에서 찾아, 예약한 기간 동안 이용하고 다시 반납한다. 그와 세차장 워커들은 반납된 렌트카를 가져와서 깨끗하게 만든 뒤, 다시 공항 주차장에 가져다 놓는다. 즉, 세차와 운반을 한다. 그를 포함한 워커들은 차량 내부만 세차(청소)한다. 차량 외부는 커다란 문 같은 기계를 작동시키면 커다란 솔이 물을 뿌리며 한 번에 닦아버린다. 어렸을 적 주유소.. 더보기
231 - 마지막 직업 적은 돈이긴 하지만, 남은 기간 동안 굶거나 노숙하지는 않을 정도의 돈이 남아 있다. 하지만 그는 만족스럽지 않다. 돈도 돈이지만, 남은 1달 여의 기간 동안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지가 막막해서다. 그는 되도록이면 남은 기간 동안 일을 하고 싶다. 워킹홀리데이 마지막 한 달여 동안 일을 해서 돈도 벌고, 가끔 맛있는 것도 사 먹고, 그러다가 비자가 만료되면 덤덤하게 평상시처럼 호주와 작별 인사를 나누고 싶다. 그는 케언즈 도서관으로 간다. 호주의 여타 도시들처럼, 케언즈도 공공 도서관이 깔끔하게 잘 지어져 있다. 그는 컴퓨터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잽싸게 앉는다. 컴퓨터를 차지하고 앉아서, 일자리를 닥치는 대로 검색한다. 어떤 일자리든 상관없다. 시급이 많지 않아도 좋다. 그는 만약 일자리를 찾을.. 더보기
230 - Cairns 비행시간은 한 시간도 걸리지 않는다. 비행기에서 내려 밖으로 나간다. 루이사와 일행들이 예약한 숙소는 그가 예약한 숙소와 다른 곳이다. 루이사와 작별 인사를 한다. 그는 한국에 돈을 송금한 이후, 통장 잔고가 여유롭지 못하다. 남은 비자, 즉 한 달 동안 일을 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기 때문에, 그는 미리 남은 워킹 기간 동안의 숙박비와 식비를 계산해두었다. 아침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백패커스에서 지내면서, 점심 저녁을 합쳐서 한 끼로 저렴한 음식을 먹는다면 그럭저럭 한 달을 버틸 수 있다. 그래서 그는 비행기를 타기 전 숙소를 찾을 때, 아침 식사를 제공하는 곳을 보자마자 예약했다. 케언즈는 조그마한 도시로, 대중교통조차 미비하다. 그는 케언즈에서 지내는 동안 기차, 지하철, 트램을 본 기억이 전혀 .. 더보기
229 - 케언즈행 국내선 풀파티 이후에도 그는 루이사와 계속 연락한다. 케언즈로 지역 이동을 하기 위해서다. 어차피 그는 다윈에서의 구직을 거의 포기했으니 다윈에 머물 이유가 없다. 내친김에 케언즈 쪽으로 가면서, 미처 끝내지 못한 호주 대륙 일주의 꿈을 조금이나마 더 이루려 한다. 이미 기나긴 로드 트립을 경험해보았으므로, 그는 로드 트립에 대해 거리낌이 없다. 다윈에서 케언즈까지의 거리는 약 2300km로, 그가 혼자 여행했던 브리즈번-멜버른 거리 정도다. Travelmate들과 함께 여행한 멜버른-다윈보다는 1000km 이상 짧다. 루이사와 배 크루 몇몇에게 차만 있다면, 그는 케언즈로 향하는 로드 트립에 동참할 의향이 있다. 하지만 루이사와 크루들은 차가 없다. 그리고 차를 구할 생각도 없는 것 같다. 그는 루이사와 주로.. 더보기
228 - Pool Party 다윈 카지노의 풀장은 화창하고 여유롭다. 카지노에서 신경 써서 만든 풀장은, 앞쪽 시야가 해변으로 뚫려 있다. 뒤에는 하얀색 거대한 피라미드 모양의 카지노 건물이 자리 잡고, 앞쪽에는 해변과 탁 트인 수평선이 보인다. 이용자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탁월한 구조다. 풀장은 카지노를 이용하지 않아도 무료로 쓸 수 있지만, 샤워장이 있는 카지노 건물 측에 식당과 카페가 있다. 사람들은 바글바글 줄을 서서 맥주나 물 등을 사고, 풀장에 설치된 파라솔 아래에서 마시며 햇빛을 즐긴다. 첫눈에 그에게 보인 점은, 풀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백인이라는 점이다. 동양인은 단 한 명도 없다. 그가 이 풀장의 유일한 동양인이다. 그는 굳이 신경 쓰지 않고자 했으나, 약간 위축되는 면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는 다시 돌.. 더보기